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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넣는다.


최근 기사에서 IT업계에서 직원들을 갈아넣는 문화가 있다고 본 적이 있다.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다. 아! 전적으로 지금의 글을 모두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우선 나의 경험.

회사생활 초반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배우는 것이 즐거워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언제어디서나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경험과 실력이 쌓이면 능숙해진만큼 여유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어지는 욕심도 생긴다.

여기서 포인트는 '여유' 다. 


왜 도대체 '여유'를 보기만 하면 빼앗고 싶어지는 것일까?

전에 5시간 걸려서 했던 일을 훈련도 하고 노력도 하고 노하우도 생겨서 4시간으로 단축했다고 하자.

그럼 전보다 1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그 1시간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고 누군가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이룬 결과일거다.

그런데 그 1시간의 여유가 생기자마자 새로운 일을 준다.

그럼 다시 5시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리게 되는 일이 된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여유라는 것을 가질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왜 그런가?


그렇다면 아무리 잘해내고 발전시켜도 여유라는 것은 가질 수 없게 되는거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그 시간에 밥을 먹던 똥을 싸던, 책을 읽던 음악을 듣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쓰는 시간. 그런 시간을 여유라고 부른다.

그런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일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든 더 효율적으로 하려고 아둥바둥하는 거다.


하는 만큼 더 벌어갈 수 있지 않냐고?

물론 그렇게 연결이 된다면야 갈아넣겠다.

월급을 받는 이유가 자기계발을 해서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야 말로

그대로 갈아넣으라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덜 주고 더 시키고 싶은 것, 더 빼먹고 싶은 것 아닌가?

솔직해지자.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정당하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어떤 일을 해내면 보상을 받게 된다고 정해두었다면,

그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냈다면 보상을 더해주던지,

그것도 아니면 그 안에서 시간을 단축해서 여유를 갖게 되었다면 건드리지 말자.




세상이 '당연'한건 없다.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 음식을 잘하는 사람, 글씨를 잘 쓰는 사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등등

이런 사람들은 언제어디서나 기계만 다루고, 음식만 하고, 글씨만 쓰고, 노래만 부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작게는 한 팀에서 어떤 일을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일반적으로는 각 팀원들의 역량에서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겠지만

만약에 팀 전체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할 때는

조금은 덜 능숙해도, 경험이 부족해도, 실력이 미흡해도 기회라는 것을 주고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더 좋은 퀄리티를 내야 한다, 불안하다 등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늘 하던 사람들은 더 하고, 잘 못하는 사람들은 묻어간다. 그렇게만 된다면 결국 잘하는 사람들은 더이상 잘하고 싶어하지 않고

못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더 못해지게 된다.

잘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잘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한 두번이다. 



그냥 답답하고, 스트레스받고 있는 터라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요약하면 '여유' 갖게 좀 냅두고, 잘한다고 '당연'히 계속하라고 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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